파란색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
호메로스의 《오디세이아》에는 바다 묘사가 수백 번 나온다. 그런데 단 한 번도 "파란 바다"라고 쓰지 않는다. 그가 쓴 표현은 "포도주 빛 바다(wine-dark sea)"다. 하늘도, 바다도, 파란색으로 묘사된 적이 없다. 고대 그리스어에 파란색을 뜻하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다.
고대 문헌을 분석해보면 색깔 단어는 거의 같은 순서로 생겨났다. 모든 언어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건 밝음과 어둠의 구분이다. 그 다음이 빨간색. 그 다음이 노랑 또는 초록. 파란색은 항상 마지막이다.
이건 우연이 아니다. 자연에서 파란색은 드물다. 파란 꽃은 희귀하고, 파란 동물은 거의 없고, 파란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. 하늘과 물만 파란데 — 그것들은 잡거나 먹거나 만들 수 없다. 이름 붙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.
러시아어에는 파란색 단어가 두 개다. 연한 파란색(голубой, goluboy)과 진한 파란색(синий, siniy)은 완전히 다른 단어다. 실험을 해봤다. 색깔 카드를 보여주고 다른 색을 골라내는 속도를 측정했더니, 그 경계가 러시아어 화자에게 훨씬 빠르게 감지됐다. 언어가 인식의 속도를 바꾼 것이다.
색깔은 물체의 성질이 아니다. 뇌가 파장을 해석하는 방식이고, 그 해석은 언어와 문화가 그어놓은 경계에 따라 달라진다. 같은 스펙트럼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수의 색깔을 본다.
그렇다면 내가 지금 "파란색"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존재하는가. 아니면 내가 그 이름을 배웠기 때문에 보이는 것인가.
호메로스는 파란 하늘을 못 봤을까, 아니면 그냥 다르게 봤을까.